"예술은 자유로워야 한다." 우리는 종종 이 말을 듣습니다. 하지만 현실 속 예술인들의 삶은 그리 자유롭지 못한 것 같습니다. 열악한 창작 환경, 불공정한 계약 관행, 고용 및 사회안전망의 사각지대. 이것이 한국 예술인들의 현주소입니다. 한국예술인복지재단의 '2022 예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예술인들의 대다수가 예술활동으로 인한 수입이 100만원 미만이었습니다. 게다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문화예술계의 인프라가 붕괴되고 생존마저 위협받고 있습니다. 예술의 가치와 예술인의 현실 사이의 간극, 그 속에서 "예술인은 갈 곳을 잃었다"는 절규가 여기저기서 들려옵니다.
지난 2020년, 사회적 거리두기가 일상이 되어버린 팬데믹의 시대. 공연, 전시, 영화제 등의 취소와 연기가 반복되는 상황 속에서 우리 예술인들은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고민에 빠졌습니다. "과연 우리는 이 위기를 어떻게 헤쳐나가야 할까?"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위기 앞에서 개별 예술인들의 역량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운 상황. 그 속에서 '연대'와 '협력'이라는 가치를 예술 현장에서 구현하고자 태어난 조직이 있습니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입니다. 저는 이 협동조합의 조직운영 실무를 담당하고 있는 황경하입니다. 우리 협동조합이 걸어온 약 4년 간의 발자취를 떠올리며, 그 의미와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해 보고자 합니다.
"협동조합은 자본이 아닌 사람을 중심에 둡니다. 그리고 그 사람들의 자발적인 참여와 민주적인 운영을 바탕으로 공동의 이익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해 나갑니다." 2020년 2월, 5명의 예술인들은 이 같은 협동조합의 가치에 공감하며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의 설립에 뜻을 모았습니다. 그리고 "예술인의 지속가능한 삶과 창작활동을 보장하는 든든한 버팀목이 되자"라는 목표 아래 힘찬 발걸음을 내디뎠습니다. 많은 예술인들이 그 뜻에 동참하여 현재는 약 550명의 예술인 모인 단체가 된 지금, 저는 이 도전에 참여하는 실무자로서 우리 협동조합이 예술인들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공유하고 있는 지 되돌아보게 됩니다.
우리가 추구하고 있는 첫번째 가치는 바로 '연대'입니다. 예술 활동의 특성상 개인 단위의 프리랜서로 일하는 경우가 많은 예술인들에게 있어, 동료 예술인들과의 교류와 협력의 기회가 주어진다는 것 자체가 큰 힘이 됩니다. 법률, 노무, 회계 등 예술 활동에 필요한 전문 정보들을 공유하고, 창작과 관련된 고민들을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죠.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정기적인 조합원 모임, 워크숍, 세미나 등을 통해 예술인들 간의 연대와 협력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이는 공정한 예술생태계의 기반이 되는 예술인들의 집단적 권익을 향상시킬 수 있는 토대가 될 것입니다.
둘째는 '사회안전망의 확충'입니다. 불안정한 수입, 열악한 창작여건, 사회보험 사각지대 등 예술인들을 둘러싼 현실의 벽은 높기만 합니다. 이에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조합원인 예술인들의 사회안전망 구축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예술인 상호부조 대출' 사업입니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예술인의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저금리 대출 상품을 설계하여, 예술인이라는 이유로 금융의 사각지대에 있는 예술인들의 긴급 자금 수요에 대응하고 있습니다. 생활 안정을 위한 긴급대출부터 창작준비금 대출까지. 이 상호부조 정신에 기반한 예술인 전용 금융상품은 단순히 일회적 지원에 그치지 않고, 예술인의 자생력을 강화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고용보험 가입 지원, 법률 자문 등을 통해 예술인들이 마음껏 창작활동에 전념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 왔습니다.
셋째는 '실질적인 혜택과 기회의 제공'입니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조합원들에게 다양한 예술 지원 정보를 제공하고, 기획과 연출을 돕고, 협동조합이 운영하는 공동 공간 및 장비를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협동조합이 직접 운영하는 녹음실과 연습실, 공유 오피스는 조합원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는 인프라로 자리매김하고 있습니다. 또한 예술 관련 정보와 네트워킹의 장을 제공하기 위해 정기적으로 뉴스레터를 발행하고, 예술인들의 권익 보호와 정책 개선을 위해 캠페인 활동도 전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조합원 개개인의 역량 강화와 더불어, 예술인 집단의 사회적 존재감을 높여나가고자 합니다.
넷째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한 예술인 역량 강화'입니다. 협동조합은 설립 초기부터 예술인들의 직무 역량 강화와 권익 보호를 위해 다양한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AI, 디지털 기술의 발전 등 새로운 기술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교육에 힘쓰고 있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예술인들이 새로운 기회를 놓치지 않고 역량을 업그레이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 그것이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이 교육 사업을 통해 실현하고자 하는 목표입니다.
이처럼 우리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설립 초기의 열정과 포부를 잃지 않고, 조합원들과 함께 예술인의 지속가능한 삶과 창작활동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하지만 우리의 고민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그동안의 활동을 바탕으로 더 본질적인 질문을 던져봅니다. "과연 우리는 어떤 예술 생태계를 꿈꾸는가?" "공정하고 지속가능한 예술 활동을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한가?"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을 조합원들과 함께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저는 그 해답의 실마리가 바로 '연대와 협력의 정신'이라고 생각합니다. 자본과 권력의 논리가 아닌, 사람과 가치 중심의 생태계. 치열한 경쟁이 아닌 상호부조와 협업이 일상화된 예술계. 그것은 결코 이상향이 아닙니다. 우리가 서로 손을 맞잡고 연대할 때 충분히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협동조합은 그 연대의 구심점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그 길이 순탄하지만은 않을 것입니다. 보다 많은 예술인들의 참여와 동의를 이끌어내야 하고, 정책적·제도적 뒷받침도 필요할 것입니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포기할 수 없는 꿈이 있습니다. 자본에 종속되지 않는 자율적이고 독립적인 예술 공동체. 창의성과 다양성이 존중받는 예술 생태계. 예술이 우리 사회를 더 따뜻하고 건강하게 만드는 힘이 되는 세상.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은 이 꿈을 향해 오늘도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존경하는 예술인 여러분. 협동조합의 문은 언제나 열려 있습니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과 함께 새로운 예술 생태계를 향한 상상에 동참해 주십시오. 여러분의 생각과 경험, 그리고 꿈을 이곳에서 함께 나누며, 함께 새로운 길을 만들어 나갑시다. 우리가 서로의 손을 맞잡는 순간, 불가능해 보이는 꿈들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한국스마트협동조합의 이름으로, 공정하고 정의로운 예술 생태계를 향한 예술인 여러분의 연대와 참여를 기대하겠습니다.
황경하 한국스마트협동조합 조직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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